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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orld Institute of Kimchi an Annex of Korea Food Research Institute
문화로 새롭게 창조되는
우리나라 김치


김치스토리

김치와 문학

등록일 : 2015-09-10조회수 : 4,297

김치와 문화
김치와 문학

김장독
이재관 시인

김장독 헹구어 엎어놓기 전에
머리를 푹 박고 소리쳐보니
아, 어~
비었으나

내 힘으론 가누기 힘든 질감(質感)
말없는 식구로 창가에 앉아 있다.

무시로 네 안에 드나들며
진짜 내 소리,
짜릿한 속 맛을 더듬을 수 있다면.
둥굴고 깊어

너 아니면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.

나레이션_김도향

형에게 쓰는 편지
김도수 시인

형!
나도 김장하려고 텃밭에 들어가
탐스럽게 자란 배추만 봐도
자꾸 어머니 생각이 나

배추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
아나, 맛 좀 봐라며
배추 뿌랭이 깎아서 입어 넣어주던
어머니 모습 떠올라
한참 동안 발길이 딱 멈춰져 부러

땔나무하고 돌아와 밤이면 윗목에 앉아
가시를 빼내던 어머니 이야기 들으니
내가 어머니 생살 파고든
가시 같은 자식은 아니었는지
상처 난 곳 어루만져 주며
새살 돋게 하는
효를 다한 자식은 아니었는지
나도 요즘 자꾸만 어머니 생각이 나

오늘밤 형이 무척 보고 싶다
사랑하는 내 성아야!
배추밭에 나뒹굴고 싶은 밤이다

나레이션_김도향

빈 김장독
박남준 시인

올해도 나는 김장김치를 담지 않았다.
"김장독 깨끗이 씻어서 뒤뜰에 묻어 놓았습니다.
맛있는 김장김치 나누어 먹읍시다. 뒤뜰에 빈 김장독이
기다리고 있습니다."
이런저런 안부로 전화를 한 지인들이 어찌 그냥 지나치고 말겠는가.
며칠 후면 항아리에 이 집 저 집의 정성이 담긴 김치들로
채워지고 서로 섞이며 익어서 색다른 맛으로
익어 가는 것이다.

나레이션_김도향

김치 담그날
오지연 시인

쓰윽쓱 양념을 칠하시는
엄마 손도 빨갛고
버무려진 배추들도 빨갛고

한 포기 두 포기
배추김치가 차곡차곡 쌓여 갈수록

코 훌쩍이며 소매로 땀 훔치시던
엄마 볼도 빨갛고
찔끔찔끔 맛보던
내 혓바닥도 빨갛다.

하아, 하아
부엌은 온통 불바다

온 집안이
고추 냄새로 포위됐다

나레이션_김도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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